일본 총리, '역대급 참패'에도 버티기..국민적 조롱거리 전락

참의원 선거 다음 날인 21일, 이시바 총리가 “국정에 지체를 초래할 수 없다”며 유임 의사를 공식화하자 일본 민심은 즉각 폭발했다. SNS에서는 ‘#이시바 총리의 퇴진을 요구합니다’라는 해시태그가 순식간에 확산되며, 총리의 무책임한 태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중의원, 도쿄도의회, 참의원 선거 3연패에도 자리에 연연한다’, ‘총리 자리를 사유화하고 있다’, ‘지금은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한 때’ 등의 비판이 담긴 글들이 X(옛 트위터)를 도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 일부 지방의원들까지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당내에서도 총리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에 달했음을 시사했다.
특히 자민당 고치현지부연합회가 당 본부에 보낸 ‘총리 퇴진 연판장’ 이미지는 온라인에서 빠르게 공유되며 여론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연판장에는 총리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과 함께 지부연합회 간부들의 실명이 명시되어 있어, 총리 퇴진 여론이 단순한 온라인 움직임을 넘어 조직적인 압박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 패배로 1955년 창당 이래 유지해온 ‘55년 체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이시바 총리는 물론 당 지도부 누구도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지 않아 당 안팎의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이미 균열의 조짐이 뚜렷하다. 후쿠다 다쓰오 중의원 의원은 21일 당 임시위원회에서 젊은 유권자들의 불만을 직접적으로 전달했지만, 총리는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고노 다로 선대위원장 대리 역시 “총리가 남는다면 간사장이라도 책임져야 한다”며 지도부의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이러한 당내 비판이 들끓자 이시바 총리는 오는 31일 양원 의원 간담회를 열 계획이지만, 이는 단순히 사과나 입장 표명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야당은 이시바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 제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야당이 합심하여 불신임안을 가결하면 총리는 중의원 해산 또는 내각 총사퇴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이게 된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한때 불신임안 제출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최종 개표 결과 자민당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입헌민주당이 기대만큼의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자 신중론으로 돌아선 상태다.
한편,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오는 30, 31일 이틀간 방한을 조율 중이라는 교도통신의 보도가 나오면서, 혼란스러운 일본 정국 속 한일 관계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가 전 총리는 방한 중 이재명 대통령과의 면담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시바 총리의 측근인 나가시마 아키히사 국가안전보장 총리특별보좌관도 동행할 예정이어서 이번 방문이 일본 내부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어떤 외교적 파장을 낳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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