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식탁 위 '나트륨 빌런'은 편의점 도시락?

 편의점 간편식에 포함된 나트륨이 예상보다 높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오지은 교수 연구팀은 10~39세 627명을 대상으로 간편식 선택 행태와 영양 인식을 조사하고, 주요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도시락·삼각김밥·주먹밥의 나트륨 함량을 분석했다.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 1개의 평균 나트륨은 1361mg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 하루 권고치 2000mg의 약 68%에 해당하며, 한국영양학회가 제시하는 성인 권장량 1600mg 기준으로는 85% 안팎이다. 일부 제품은 한 끼에 1700mg을 넘겨, 식사 한 번으로 하루 기준치에 근접하는 수준이었다.

 

도시락뿐만 아니라 청년층이 자주 고르는 삼각김밥과 주먹밥도 나트륨 섭취 과다의 주요 경로로 지목됐다. 국내 편의점 삼각김밥 한 개의 평균 나트륨은 한 끼 권장량(약 500~550mg)의 절반 이상에 달해, 가벼운 간식으로 생각하고 선택해도 실제론 상당한 나트륨을 섭취하게 되는 셈이다. 맛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양념, 장아찌·김치류 반찬, 가공 육가공품, 소스 패킷 등이 총나트륨을 끌어올리는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소비자 인식과 실제 구매 환경의 불일치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80%는 “저나트륨 제품 구매 의향이 있다”고 밝혔지만, 매장에서 저염을 전면에 내세운 도시락 제품의 비중은 전체의 10%에 못 미쳤다. ‘건강’ ‘라이트’ 등 문구가 부착된 제품을 선호한다는 답변이 많았으나, 실제 영양성분표를 비교하면 나트륨과 포화지방에서 일반 제품과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표시·광고 문구가 영양학적 우수성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성분표의 절대량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식사 다변화와 함께, 제조사의 레시피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밥을 짭짤하게 간하는 대신 양념은 ‘따로 담는’ 전략, 염도 낮춘 소스 제공, 절임류와 가공육 비중 축소, 허브·향신료 활용으로 감칠맛을 보완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같은 메뉴라도 ‘나트륨 1식 기준 700mg 이하’ 제품을 우선 선택하고, 국물·소스는 전량 사용을 피하며, 김치·장아찌 등 짠 반찬을 다른 채소 반찬으로 대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물이나 무가당 차를 함께 마셔 염분 배출을 돕고, 하루 총 섭취량을 고려해 다른 끼니에서는 국물류와 가공식품을 줄이는 ‘균형 조절’도 권장된다.

 

연구팀은 “편의점이 청년층 식사의 중요한 축이 된 만큼, 편의성에 건강성을 더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돼야 한다”며 “특히 삼각김밥·주먹밥 등 대표 간편식의 저염화가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영양학회·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 공동 발간 영문 학술지 Nutrition Research and Practice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이 연구 내용을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나트륨 저감화 정책과 제품군 확대, 매대 표시 개선이 병행될 때 소비자의 선택이 실제 건강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