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 조는 배드민턴 결승전…결국 15점제로 바뀌나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현재의 21점 3세트제 경기 방식을 15점 3세트제로 바꾸려는 움직임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즌 왕중왕을 가리는 최고 권위의 대회 결승전에서조차 관객들이 조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지나치게 긴 경기 시간에 대한 문제의식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본배드민턴협회에 따르면 BWF 이사회는 이미 15점제 도입을 승인했으며, 내년 4월 연차 총회에서 최종 가결될 경우 이르면 2026년 하반기부터 전 세계 대회에 새로운 경기 방식이 적용될 전망이다. 2006년 이후 약 20년간 유지되어 온 21점 랠리 포인트 제도가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경기 방식 변경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은 최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2025 BWF 월드투어 파이널 결승전이었다. 중국 매체 '시나스포츠'는 안세영이 우승한 여자 단식 결승과 이소희-백하나 조가 정상에 오른 여자 복식 결승전 당시 일부 관중이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조는 모습을 근거로 들며 15점제 도입에 찬성했다. 실제로 이날 안세영은 중국의 왕즈이를 꺾기까지 1시간 36분간 혈투를 벌였고, 여자 복식 결승 역시 1시간 9분이나 소요됐다. 특히 이소희-백하나 조는 1게임에서 단 1점을 따내기 위해 무려 156차례의 샷을 2분 40초 동안 주고받는 등, 선수들의 체력 소모는 물론 관중의 집중력까지 한계에 다다르는 장면이 연출됐다.

BWF와 제도 변경에 찬성하는 측은 경기 시간 단축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한다. 일본배드민턴협회의 한 관계자는 "21점제가 처음 도입됐을 때는 경기 시간이 짧아졌지만, 선수들이 새로운 규칙에 적응하면서 다시 경기가 길어졌다"고 지적하며 관중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음을 인정했다. 15점제가 도입되면 경기 시간이 대폭 줄어들어 선수들의 부상 위험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경기 초반부터 승부처가 형성되는 등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팬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토마스 룬드 BWF 사무총장 역시 "현대 관전 트렌드에 발맞춰 배드민턴을 더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종목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제도 변경이 여자 단식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안세영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 이른바 '안세영 죽이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안세영의 최대 강점인 '지구력'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BWF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룬드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에 보낸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번 개편은 안세영 같은 톱스타 선수들이 오히려 더 오랜 기간 현역으로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선수 보호가 최우선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랠리의 중요성을 높이고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이번 개혁의 핵심이며, 특정 선수를 겨냥한 조치가 아님을 재차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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