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의 AI 화보, 혁신일까 브랜드 가치 훼손일까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구찌가 밀라노 패션위크를 앞두고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캠페인 이미지를 공개하며 거센 역풍을 맞았다. 구찌는 공식 소셜미디어에 해당 이미지들을 게시하며 'AI로 생성됨(created with AI)'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으나, 이는 소비자들의 즉각적이고 날 선 비판을 불러일으켰다.공개된 화보에는 구찌의 화려한 의상을 입은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AI 모델들이 등장한다. 우주 공간의 인공위성이나 해변을 달리는 흑마와 같은 비현실적 배경과 어우러진 이 이미지들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첫 컬렉션을 알리기 위한 야심 찬 시도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소비자들은 특히 인간의 고유한 개성과 이야기를 배제한 채 기술로 대체하려는 시도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촌스럽고 엉성하다", "브랜드가 저렴해 보인다"는 직설적인 비판과 함께, 일부는 이를 저품질 AI 콘텐츠를 의미하는 'AI 슬롭(AI slop)'이라 폄하했다. 한 이용자는 "1970년대 스타일의 진짜 밀라노 할머니 모델도 못 구했느냐"며 구찌의 선택을 비꼬았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장인정신'이라는 명품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비용 절감' 기술로 인식되는 AI 사이의 근본적인 괴리감에 있다. '이탈리아 장인정신'을 핵심 가치로 내세워 온 브랜드가 인간 모델과 사진작가를 배제하고 기계가 만든 이미지로 소통하려 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실망감은 더욱 컸다.

전문가들은 구찌의 이번 시도가 단순한 비용 절감보다는 패션과 기술의 접점을 모색하려는 전략적 의도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최근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구찌가 화제성을 높이고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논란을 감수한 실험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럭셔리 브랜드의 매력은 인간의 이야기와 장인정신에 기반하기에, AI가 이를 대체하는 듯한 인상을 줄 경우 브랜드의 근본적인 매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긍정적인 평가도 일부 있었으나, 이번 사태는 명품 브랜드가 최신 기술을 도입할 때 브랜드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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