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때리는 도구 아냐" 하림, 배재고 화환에 일침

 가수 하림이 최근 서울 배재고등학교 앞에서 벌어진 화환 시위 문화를 강하게 비판하며 우리 사회의 기묘한 정치적 잣대에 일침을 가했다. 하림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화환을 도구 삼아 혐오를 배설하는 행태를 지적했다가 상반된 성향의 집단으로부터 동시에 공격받는 현실을 코미디라고 정의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 유족이라는 개인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는 극우 성향의 일베로, 또 다른 이에게는 편향된 좌파로 낙인찍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특정 사안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갈라져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배재고 야구부원들이 광주제일고와의 경기 도중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의미가 담긴 응원가를 부른 사실이 알려지며 거센 비판이 일었다. 이후 학교 앞에는 사과를 요구하는 근조 화환과 이에 반발하는 지지 화환들이 줄지어 늘어서며 갈등의 장이 형성되었다. 하림은 이러한 광경을 목격한 뒤 꽃이라는 생명력을 가진 존재가 타인을 공격하고 기분을 망치려는 악의적인 도구로 전락한 현실에 대해 깊은 우려와 슬픔을 표했다.

 


하림은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이 죽음을 연상시키는 근조 화환으로 획일화되는 문화가 기괴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길가에 늘어선 꽃들에서 생동감이나 기쁨 대신 고약한 습성이 만들어낸 낭비와 혐오의 정서만이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특히 응원의 목적이라 할지라도 정치적 이슈에 편승해 화환을 보내는 행위 역시 본질적으로는 상대를 타격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예술가로서 거리의 혐오가 일상화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신념이었다.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는 이들을 향해 하림은 시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역설했다. 그는 자신이 5·18 유족이기 때문에 발언할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혐오에 반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누군가의 자격을 묻거나 저울질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이 가진 작은 목소리를 어디에 보태느냐는 예술가로서의 의무이자 자유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는 외삼촌이 민주화운동 당시 입은 부상으로 평생 고통받다 세상을 떠난 아픈 가족사를 고백하며 5·18의 가치를 누구보다 깊이 체감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고교 야구부의 일탈을 넘어 우리 사회가 갈등을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림의 발언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화환 시위가 정당한 의사표시인지, 아니면 시각적 폭력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하림은 자신을 향한 날 선 공격들을 '기묘한 서커스'에 비유하며, 진영 논리에 갇혀 사안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대중의 확증 편향을 냉소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꽃은 누군가를 때리는 몽둥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며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현재 배재고 측은 야구부원들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학교 앞 화환을 둘러싼 시민들의 대립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하림은 혐오의 연쇄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비난보다는 애도와 성찰의 마음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정치적 선동에 휘말리지 않고 인간 존엄의 가치를 지키려는 그의 행보는 많은 이들에게 복잡한 시사점을 안겼다. 하림은 앞으로도 예술가로서 사회적 혐오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