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살인적 관세' 뚫고 스위스서 첫 무역 대화

중국 상무부는 7일 발표를 통해 허리펑 부총리가 스위스 방문 기간 중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규모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전쟁을 본격화한 이후 양국 간 첫 고위급 공식 무역 협상이다.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허 부총리는 9일부터 12일까지 스위스에 머물며 베선트 장관과 만날 예정이지만, 정확한 회담 날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만남을 두고 양국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중국 측은 이번 대화가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한다.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 고위층이 관세 조정 가능성을 흘리며 다양한 경로로 대화를 희망하는 메시지를 보내왔고, 중국이 이를 신중히 검토한 끝에 대화에 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측은 이번 만남의 의미를 축소하며 '긴장 완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선을 긋는다. 베선트 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고율 관세는 사실상 '금수 조치'와 같다며, 미국은 디커플링이 아닌 공정한 무역을 원하지만 이번 회담이 대규모 무역 협상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 차이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번 회담에서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미국이 먼저 일방적인 관세 부과를 철회하는 등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관세의 부정적 영향을 직시하고 진정성을 보여야 하며, 동등한 협의를 통해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협상 간판을 달고 계속 협박·공갈한다면 절대 응답하지 않을 것"이라며, 원칙과 정의를 희생하며 합의를 모색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사실상 미국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압박이다.
반면 미국은 공정한 무역을 원한다고는 하지만, 중국이 요구하는 '선제적인 관세 조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 역시 현재의 고율 관세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는 양국 모두 자국의 체면과 협상력을 잃지 않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누가 먼저 손을 내미느냐를 두고 벌이는 '치킨 게임' 양상이 여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단절 상태였던 양국 고위 관계자들이 공식적으로 마주 앉아 무역 문제를 논의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CNBC 방송은 이번 회담이 "트럼프가 촉발한 무역 전쟁을 잠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협상을 미국과 중국이 시작하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비록 첫 만남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대화의 채널이 다시 열렸다는 점은 향후 추가적인 협상과 단계적인 긴장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두기 때문이다.
이번 스위스 회담이 꽁꽁 얼어붙었던 미중 무역 관계에 작은 균열이라도 낼 수 있을지, 그리고 이 첫걸음이 향후 양국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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