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정치 생명' 흔들..DJ 재단·사의재 전면 제명

이날 서울 여의도 새미래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고문은 김문수 후보와의 공동정부 연대를 선언하고 전격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선언은 곧바로 호남 지역 정서와 민주당 지지층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이에 따라 “광주정신의 부정”, “민주세력에 대한 배신”이라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광주선대위원장은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시민의 압도적 지지로 민주당 대표까지 오른 인물이, 내란 세력에 대한 사과조차 하지 않은 김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단순한 정치 선택이 아니라 광주시민의 명예를 짓밟는 행위”라며, 유권자들에게 투표로 응답해달라고 호소했다.
박지원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한 매체에 출연해 “사람이 정신이 나가도 저렇게까지 나갈 수 있나 싶다”며 “어떻게 내란 주체 세력과 개헌을 매개로 공동정부를 구성할 수 있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위원장은 “이 고문은 지난 총선에서 고향 영광 출마를 피하고 광주에 출마했지만 참패했다”며 과거 경력을 언급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김영록 전남지사 역시 SNS를 통해 “이낙연의 공동정부 야합에 분노와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며 “호남과 민주당 울타리 안에서 총리까지 지낸 분이 이렇게 추락하다니, 부끄럽고 슬픈 일”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낙연의 이름 석자를 호남에서 지우자”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내란 동조세력과 손을 잡았다”며 “시민을 배신하고 선거의 의미를 부정한 행위”라고 지적했고, 문금주 민주당 의원은 “하늘에 계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통탄할 일”이라며 “같은 전라도인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이 고문의 지지 선언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진 윤석열·전광훈 세력의 아바타 김문수를 지지한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와 같은 정치권 반발에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계승하는 김대중 재단도 이 고문을 상임고문직에서 전격 제명했다. 재단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12·3 비상계엄을 옹호한 세력과 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은 김대중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으로, 정관상 제명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 역시 재단 이사직에서 함께 제명됐다.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이 주축인 정책포럼 ‘사의재’도 이날 긴급 이사회를 통해 이 고문의 고문직 제명을 결정했다. 사의재 측은 “반헌법적 비상계엄에 책임이 있는 세력을 옹호하고 이들과 연대하겠다는 발언은 포럼의 설립 목적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위”라며, 정관에 따른 조치임을 명확히 했다.
한때 민주당 대표이자 국무총리였던 이낙연 고문의 이번 결단은 그간 민주당의 상징적 인물이자 호남 대표 정치인으로 여겨졌던 그의 위치를 한순간에 흔들어 놓았다. 특히 ‘호남정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5·18 민주화운동을 계승해 온 광주·전남 정치권과 유권자들에게 있어 이번 선택은 단순한 정치 연대 수준을 넘어선, 정체성과 역사적 가치에 대한 배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양상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고문의 결정이 향후 대선 정국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가 김문수 후보에게는 정치적 득실로, 민주당에는 내부 결속의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이 고문은 현재까지 공식적인 해명이나 입장 변화 없이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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