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다시 쓰라” 이재명 정부, 업무보고에 제동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수립 중인 국정기획위원회가 각 부처로부터 받은 첫 업무보고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전면 재검토에 나섰다. 국정기획위는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7개 분과를 중심으로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고 있으나, 첫날 보고 내용이 대통령 공약을 반영하지 못한 채 부처 중심의 안일한 계획에 머물렀다는 평가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19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 브리핑에서 “이한주 위원장이 업무보고 후 ‘매우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며 “부처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 공약 분석 없이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자체 과제만 나열하는 데 그쳤고, 오히려 공약을 빌미로 부처가 하고 싶은 일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이어 “윤석열 정부 3년과 비상계엄 6개월을 거치며 공직사회가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평가하며 “업무보고는 예정대로 진행하되, 전 부처를 대상으로 재보고 수준의 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형식과 방법은 현재 논의 중이며, 각 부처와 협의해 진행될 예정이다.

 

국정기획위는 첫날 기획재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둘째 날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등 주요 부처를 대상으로 보고를 받았다. 특히 기재부에 대해서는 ‘세수 펑크’ 문제를 집중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2023년과 2024년 각각 56조 원, 31조 원이 부족한 세수를 기록하며 두 해 동안 87조 원의 예산 부족 사태를 겪었는데, 국정기획위는 이와 관련해 기재부의 세수 추계 정확성과 재정 운영의 지속 가능성 확보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정기획위는 ‘조세재정개혁 TF’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정태호 경제1분과장이 팀장을 맡고, 안도걸, 오기현, 김남기 위원이 참여한다. TF는 공공기관 운영 개편, 잠재성장률 및 생산성 제고를 위한 정책·제도적 대안 마련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각 부처의 주요 보고 내용 중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인공지능(AI) 정책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국세청은 국세행정에 AI 기반 시스템 전환 계획을 보고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구체적 이행안을 제시했다. 교육부는 초중등 교육 단계에서의 AI 교육 확대와 인재 양성 계획을, 국방부는 방위사업청과 연계해 첨단 AI 기술 도입과 방산 수출 확대를 논의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 회복 지원, 지역균형 발전과 연계된 신산업 창업 및 벤처 육성 방안을 보고했으며, 보건복지부는 통합 돌봄, 자살 예방, 노후 소득 보장 시기 등을 중심으로 발표를 이어갔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한부모 및 다문화 가족 문제를, 문화체육관광부는 K컬처 육성과 300조 원 시대 진입 전략 등을 중심으로 보고했다. 청와대 민간 개방 이후 설립된 청와대재단의 존속 여부와 운영 방향에 대한 검토도 포함됐다.

 

행정안전부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과 재난안전교육 체계 강화, 경찰국 폐지 및 경찰위원회 실질화 방안을 보고했고, 소방청은 최근 영남권 대형 산불 사례를 언급하며 산림청과의 지휘체계 조정 필요성과 기후위기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권익위원회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 관련 징계 여부와, 지난해 비상임위원의 개별 성명 논란에 대한 조치를 다뤘다. 국방부는 한미동맹 강화를 포함한 압도적 군사력 유지 방안과 함께, 지난해 불법계엄과 연루된 방첩사 개편 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전날 기재부와 중기부 업무보고에 이어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도 직접 참석했다. 조 대변인은 “산업부와 고용부는 성장과 일자리의 핵심 축”이라며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진짜 성장’을 위한 실행방안 마련 차원에서 위원장이 직접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용부 관련 보고에는 ‘성장 과정에서 일하는 사람도 제대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철학이 담겼다고 덧붙였다.

 

국정기획위는 이번 업무보고 결과를 바탕으로,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한 구체적 실천계획 수립과 함께 부처별 보완 요구를 이어갈 방침이다. 부처의 기존 관행을 탈피한 실질적 개혁과 실행력 확보를 강조하는 가운데, 향후 재보고 형식과 추가 검토 결과에 따라 국정기획위와 각 부처 간의 긴장감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