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원 컵빙수, 알바생 영혼까지 갈아 넣었네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와중에도 유독 불티나게 팔리는 메뉴가 있다. 바로 '1인용 컵빙수'다. 저렴한 가격에 시원함과 달콤함을 동시에 잡으며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만족시킨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 달콤한 빙수 뒤에는 매장 직원들의 땀과 한숨이 숨겨져 있다. '빙수 대란'은 단순한 여름 특수를 넘어,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의 그림자를 여실히 보여주는 현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한 메가MGC커피 직원의 SNS 글은 이 사태의 본질을 꿰뚫는다. "3시간 동안 60잔 팔았다. 더워서 매장에 오지도 않고 배달을 시키는데 이러다 다 죽어" 설거지를 앞둔 빙수 믹서기 사진과 함께 올라온 이 글은 폭발적인 공감을 얻었다. 일반 커피 한 잔 제조에 1~2분이면 충분하지만, 컵빙수는 얼음을 갈고 토핑을 얹는 등 10분 이상이 소요되는 복잡한 과정 탓에 직원들은 극한의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경쟁사 빙수가 더 맛있다"는 '웃픈' 홍보전까지 벌이며 빙수 주문을 줄이려는 자구책을 펼칠 정도다.

 

메가MGC커피가 지난 4월 말 출시한 1인용 컵빙수 2종(팥빙 젤라또 파르페, 망빙 파르페)은 22일 기준 누적 판매량 240만 개를 돌파하며 역대급 흥행을 기록 중이다. 이는 올 초 인기 메뉴였던 '메가베리 아사이볼' 판매 속도보다 4배나 빠른 수치다. 메가MGC커피 관계자는 "현대적 재해석과 44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 SNS를 통한 폭발적인 바이럴이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작 현장 직원들의 고충에 대해서는 "제조 과정의 어려움은 SNS에서 재미 요소로 유행한 것"이라며 "점주들은 빙수 판매로 여름철 추가 수익을 많이 얻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다소 안일한 반응을 보여 논란을 키웠다. 매출 증대라는 빛 뒤에 가려진 직원들의 희생을 외면하는 듯한 태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메가MGC커피의 성공에 자극받아 다른 저가 커피 브랜드들도 1인 빙수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컴포즈 커피는 '팥절미 밀크쉐이크'를 4500원에 출시하며 예상치를 웃도는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컴포즈 커피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원활한 재고 공급과 물류 운영 강화를 통해 점주와 매장 직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디야커피 역시 올해 출시한 빙수 8종 중 절반을 1인 빙수(팥 인절미 1인 빙수 6300원 등)로 구성하고, "가맹점주 운영 부담을 덜고 제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레시피 간소화 및 표준화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베이커리 브랜드인 뚜레쥬르까지 "뚜쥬 알바생분들께 죄송합니다. 뚜쥬에도 컵빙수 팔아요!"라는 재치 있는 포스터를 공개하며 1인 컵빙수 경쟁에 불을 지폈다.

 

1인 컵빙수는 분명 고물가 시대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그러나 이 '가성비'의 이면에는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해야 하는 현장 직원들의 땀과 눈물이 숨어있다. 기업들이 단기적인 매출 증대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직원들의 업무 환경 개선과 합리적인 인력 운영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1인 컵빙수가 단순한 여름 특수를 넘어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메뉴로 자리 잡기 위한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여름, 빙수 한 잔에 담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