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전체가 쓴 '무제한 카드'..들키면 벌금 폭탄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가 시민들의 높은 호응 속에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부정 사용하는 사례도 급증하면서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교통공사는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 총 3,950건의 기후동행카드 부정 사용 사례를 적발했다고 6월 24일 밝혔다. 이는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되기 전인 2024년 같은 기간의 11건과 비교해 수백 배에 이르는 수치로, 기후동행카드가 본사업으로 전환된 이후 악용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후동행카드는 2024년 1월 시범 사업을 거쳐 같은 해 7월부터 정식으로 시행된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이다. 30일 기준 6만 2,000원(공공자전거 따릉이 미포함)만 지불하면 서울 시내 버스와 지하철을 횟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특히 19세에서 39세 사이 청년층에게는 7,000원이 할인된 금액으로 제공된다. 2025년 4월 기준, 하루 평균 약 85만 명이 이 카드를 사용하고 있어 서울 시민들에게 사실상 필수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편리함과 혜택이 일부 이용자들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 주로 청년권 이용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청년권을 사용하거나, 한 장의 카드를 여러 명이 돌려 쓰는 방식으로 부정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교통공사는 역무원이 개찰구 앞에서 상시 근무하거나, CCTV와 개찰구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 같은 도용 사례를 포착하고 있으며, 실제로 5개월간 적발 건수가 4천 건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부정 사용은 법적으로 ‘부정 승차’에 해당하며, 적발될 경우 현행 규정에 따라 정상 운임의 30배에 해당하는 부가운임을 부과받게 된다. 하지만 이 정도의 벌금만으로는 부정 이용을 근절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교통공사는 다각적인 개선책을 마련 중이다. 우선, 청년권 이용자가 지하철 게이트를 통과할 경우 기존의 ‘삑삑’ 소리에 더해 ‘청년할인’이라는 음성 안내를 추가로 송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역무원 및 주변 시민들이 즉시 해당 승객의 청년권 사용 여부를 인지할 수 있게 해 부정 사용 방지를 유도한다. 이 시스템은 2025년 7월까지 일부 역사에 시범 도입된 후, 이후 서울 전역 지하철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아울러 서울교통공사는 철도사업법 개정을 통해 부정 승차에 대한 부가운임 기준을 현행 ‘30배’에서 ‘50배’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관계 당국에 지속적으로 건의 중이다. 실제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기후동행카드 도용 및 부정 사용에 따른 처벌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공사는 단속 실적이 우수한 역무원에 대해 교육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할 방침이다. 단속 강화와 동시에 직원 동기 부여를 위한 조치다. 공사 관계자는 “기후동행카드의 부정 사용은 교통 정의를 해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단속 강화와 함께 제도적 보완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후동행카드는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고, 개인 승용차 이용을 줄이기 위한 서울시의 기후위기 대응 전략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이 제도가 일부의 부정 사용으로 인해 신뢰를 잃지 않도록 시민들의 자발적인 준법 의식과 함께 제도적 감시 체계의 조화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