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에서 미계약자로' 두경민의 추락, KBL 전 구단 외면

 정규리그 MVP 출신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드 두경민(34)이 선수 생활 최대 위기에 놓였다. 창원 LG 세이커스가 지난 11일 KBL에 두경민의 웨이버 공시를 요청한 이후, 23일까지 진행된 영입 의사 접수 기간 동안 어떤 구단도 그를 데려가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으면서 사실상 자유계약 신분으로 방치된 상태다. KBL은 24일 이를 공식 확인하며 “두경민에 대해 영입 의사를 밝힌 팀은 없었다”고 전했다.

 

웨이버 공시는 구단이 기존 소속 선수와의 계약을 해지하거나 다른 구단의 영입을 허용하기 위한 행정 절차로, 타 구단은 일정 기간 내에 해당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두경민의 경우, 과거 정규리그 MVP 수상자이자 한때 한국 농구 대표적인 공격형 가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반응은 지나치게 싸늘했다.

 

이제 두경민은 다시 원소속팀인 LG와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2024-2025시즌 선수 등록 마감일은 6월 30일까지로, 이 시한 내에 LG와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두경민은 다음 시즌은 물론 2025-2026시즌에도 뛸 수 없게 된다. 실질적으로 선수 생활이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두경민은 원주 DB 시절인 2017-2018시즌 정규리그에서 평균 16.4득점, 3.7어시스트, 2.6리바운드로 활약하며 리그 MVP를 수상한 전력이 있다. 당시 승부처에서의 강한 집중력과 과감한 돌파, 외곽슛 능력을 모두 갖춘 득점형 가드로 각광받았고, 팀의 핵심으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 줄곧 부상과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면서 점차 입지가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 시즌 LG로 이적하며 반등을 노렸으나,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정규리그 14경기에만 출전해 평균 6.9득점, 1.9어시스트에 그쳤으며, 팀이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해 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에서도 단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LG는 플레이오프에서 외곽과 수비 모두 안정된 로테이션을 구축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지만, 두경민은 이 흐름에서 철저히 배제된 상태였다.

 

구단 입장에서 두경민은 베테랑 자원이라는 상징성은 있으나, 실질적인 경기 기여도나 팀 전력 구성 면에서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LG는 젊은 선수 중심의 빠른 농구를 지향하고 있고, 최근 몇 시즌 간 KBL 전체적으로도 팀 리빌딩과 세대교체 기조가 강하게 흐르면서, 30대 중반의 부상 이력 있는 가드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줄어든 상태다.

 

이런 흐름 속에서 LG는 두경민과의 재계약 협상에 있어 연봉 조정, 보장 조건 등에서 이전보다 훨씬 낮은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며, 두경민 역시 현실을 감안해 선수 생활 유지를 위해 타협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협상에 실패할 경우, 등록 기한 내 복귀가 불발되면서 사실상 은퇴 수순에 접어들게 된다.

 

한편 농구계 안팎에서는 두경민의 거취에 대한 안타까움이 확산되고 있다. 한때 한국 농구를 대표했던 스타 플레이어가 이렇듯 이적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은퇴 기로에 놓인 현실은 프로 스포츠의 냉정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MVP 트로피를 들었던 화려한 과거를 뒤로 하고, 선수 커리어의 마지막 장을 준비해야 할지, 아니면 반전의 한 시즌을 쓸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남은 일주일간의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