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은 포기, 한 명은 귀화까지 각오…'몽골 듀오'의 엇갈린 운명

 MBC 예능 프로그램 '신인 감독 김연경'을 통해 배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몽골 듀오' 인쿠시와 타미라가 한국 프로배구 V리그 진출이라는 공동의 꿈 앞에서 서로 다른 길을 선택했다. 몽골 국적의 인쿠시는 V리그를 향한 험난한 도전을 계속 이어가기로 결심한 반면, 타미라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꿈을 접은 채 몽골로 돌아가기로 결정하면서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들의 엇갈린 행보는 유망한 외국인 선수를 둘러싼 한국 배구계의 제도적 한계와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인쿠시는 V리그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꿋꿋하게 도전을 이어간다. 2022년 목포여상으로 배구 유학을 와 일찍부터 주목받은 그는 180cm의 신장을 갖춘 아웃사이드 히터로, 강력한 공격력과 안정적인 수비력을 겸비한 유망주로 평가받는다. 고교 시절 팀의 전국체전 준우승을 이끌었고, 목포과학대 진학 후에는 한국대학스포츠협회(KUSF) U-리그에서 득점 1위에 오르는 등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신인 감독 김연경'에서 주전 공격수로 맹활약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지만, 그의 앞길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하지만 그의 V리그 도전은 '국적'이라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험난하기만 하다. 현행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상 외국 국적 선수는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할 수 없어, 고교 동기들이 프로 무대에 진출할 때 그는 대학 진학을 선택해야만 했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도 지난 4월 고배를 마셨고, 내년부터 이마저도 '자유계약제'로 전환되어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기대를 걸었던 '홈그로운' 제도마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으면서, 현재로서는 특별귀화나 일반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으로 남아있다.

 

반면, 인쿠시와 함께 주목받았던 타미라는 결국 V리그의 꿈을 접기로 결정했다. 2023년 목포과학대에 합류해 한 경기 40득점을 기록하고 두 시즌 연속 U-리그 득점왕에 오르는 등 인쿠시 못지않은 폭발적인 공격력을 뽐냈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 앞에서 결국 몽골로 돌아가 새로운 삶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V리그를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은 인쿠시는 현재 기말고사를 위해 잠시 입국했으며, 방학 기간에는 몽골 프로리그에서 뛰며 실전 감각을 유지하며 귀화를 통한 프로 진출의 꿈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