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꿈 싣고 달리던 열차, 비탈 아래로 추락

 멕시코 정부가 국가적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던 대륙 횡단 열차가 처참한 탈선 사고를 일으키며 13명이 숨지고 98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현지시간 28일, 멕시코 해군은 오악사카주 살리나크루스를 출발해 베라크루스주 코아트사코알코스로 향하던 '테우안테펙 지협 횡단 열차(ICCT)'가 니산다 마을 인근에서 선로를 이탈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사고로 승객 241명과 승무원 9명 중 13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부상자 98명 중 36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나머지 부상자들은 중상이 아니며, 139명은 무사한 것으로 확인되어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사고 당시 열차는 기관차 2대와 객차 4량이 선로를 벗어나 약 7미터 높이의 비탈 아래로 추락하며 아수라장이 되었다. 멕시코 해군은 즉각 인력 360명, 차량 20대, 지상 및 항공 구급차 7대, 그리고 드론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구조 작업을 벌였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내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사고 대응 작업을 총괄 지시하고, 관련 상황을 지속적으로 국민에게 알리겠다고 밝히며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는 구조대원들이 부서진 열차 안에서 생존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펼치는 모습이 외신을 통해 타전되며 참사의 비극성을 더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테우안테펙 지협 횡단 열차'는 단순한 철도 노선이 아니었다. 태평양과 대서양(멕시코만)을 잇는 약 300km 구간을 연결하는 이 프로젝트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정부부터 현 셰인바움 정부에 이르기까지 멕시코가 국가적 명운을 걸고 추진해 온 핵심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불과 1년 전인 2023년 12월,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은 직접 개통 행사에 참석해 "지협 지역 개발 프로젝트가 성공의 꽃을 피우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하며 원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멕시코 정부는 이 철도를 통해 파나마 운하에 버금가는 새로운 국제 물류 운송의 허브로 발돋움하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참사로 멕시코 정부의 원대한 꿈은 시작부터 큰 암초를 만났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자동차가 시험 운송에 활용되는 등 국제적인 기대를 모았던 이 육·해상 통합 물류 루트는 이제 안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에 직면하게 됐다. 야심 차게 내디딘 첫걸음이 최악의 인명 사고로 얼룩지면서, 철도 시스템의 안전 체계 구축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파나마 운하의 대체 노선으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며 세계 물류 시장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던 멕시코의 국가적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르기 전에 좌초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