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웃긴다고? 오페라 '양촌리 러브 스캔들' 개막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오페라가 두꺼운 언어의 장벽을 시원하게 허물고 우리 곁으로 찾아온다. 서양의 고전 예술이라는 틀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적인 정서와 유머를 가미해 오페라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춘 파격적인 무대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공연예술창작소 예술은감자다는 오는 27일부터 28일까지 양일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오페라 양촌리 러브스캔들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도니제티의 불후의 명작 사랑의 묘약을 원형으로 삼아 한국의 농촌 드라마 형식을 빌려와 재창조한 작품이다.양촌리 러브스캔들은 단순히 배경을 유럽에서 한국의 농촌으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았다. 연출가의 과감한 재해석을 통해 일용 엄니, 중3, 츄리닝 차림의 동네 청년 등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인물들을 대거 등장시켰다. 이 작품은 농촌 드라마의 패러디와 세련된 우리말 번안을 결합하여 관객들이 마치 실제 우리 동네에서 일어나는 러브스캔들을 엿보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했다. 원작의 탄탄한 줄거리는 그대로 유지하되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옛 신문 기사의 주인공처럼 묘사하여 흥미를 더했다.
극의 중심에는 순진한 청년 N군과 당찬 여성 A양의 좌충우돌 사랑 소동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허세가 가득한 B중사와 능청스럽게 가짜 약을 파는 약장수 D씨가 양촌리 마을 사람들과 얽히고설키며 끊임없는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원작에 없는 새로운 인물인 염탐정이 추가되어 극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염탐정은 마을의 스캔들을 취재하러 몰래 숨어든 관찰자 역할로, 오케스트라 피트 안에 숨어 사건을 기록하거나 관객을 대신해 휴식을 요청하는 등 무대와 객석 사이의 벽을 허무는 감초 역할을 수행했다.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예술적 고집과 대중적 위트가 공존했다. 전체적인 선율은 도니제티의 정통 클래식 구성을 따르면서도 가사는 7080 가요 특유의 감성을 떠올리게 하는 구절들로 채워졌다. 특히 극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둘까마라의 아리아에서는 오케스트라 대신 통기타 반주만을 가미하여 중장년층에게는 진한 향수를, MZ세대에게는 신선하고 힙한 감각을 선사했다. 이러한 시도는 오페라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라는 점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작품의 완성도를 뒷받침하는 것은 정선영 연출가의 치밀한 번안 능력이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한국어로 공연해 큰 호평을 받았던 정 연출가는 이번에도 단순한 직역을 넘어 장면의 본질적인 의미를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녹여냈다. 특히 무대 장치 속에 구름 모양의 조각을 배치하고 그 위에 자막을 띄우는 구름 자막 시스템은 이번 공연의 백미다. 관객은 자막을 보느라 배우의 연기를 놓치지 않고, 시각적인 텍스트와 청각적인 음악, 배우의 움직임을 동시에 수용하며 극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다.
출연진 역시 국내외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초호화 멤버들로 구성됐다. 독일 브레멘 시립극장 전속 솔리스트 출신의 테너 김효종이 네모 역을 맡았고, 뛰어난 가창력의 소프라노 김나연이 아리 역으로 호흡을 맞춘다. 또한 바리톤 김종표가 허세 넘치는 B중사로 변신하며, 바리톤 김경천이 노련한 무대 매너로 약장수 D씨를 연기했다. 여기에 차세대 소프라노 김혜정이 짱나리 역으로 합류하여 무대의 활력을 더했다.

예술은감자다 측은 이 작품이 단순한 각색을 넘어 서양의 고전 형식을 한국적 정서라는 그릇에 담아내려는 집요한 탐구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작품은 2015년 초연 이후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와 아르코예술극장 등 대형 무대에 꾸준히 오르며 단체의 독보적인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주체 사업으로 선정되어 더욱 탄탄한 지원 아래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
오페라는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우리말과 우리 정서로 새롭게 태어난 양촌리 러브스캔들은 이번 달 말 예술의전당에서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웃음과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농촌 풍경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묘약이 현대인들의 메마른 감성을 어떻게 자극할지 문화예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공연은 정통 오페라의 품격을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적인 소통을 중시하는 창작진의 신념이 응축된 무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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