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의 바다에서 문학을 걷다, 해남의 깊은 매력
한반도의 시작이자 끝, 해남은 여행자에게 다층적인 감흥을 선사하는 땅이다. 거친 바다에는 역사의 함성이 서려 있고, 고즈넉한 산사에는 천년의 이야기가 흐른다. 문학의 향기와 구수한 술 내음까지, 해남의 길 위에서는 발걸음마다 새로운 서사가 펼쳐진다.여행의 시작은 거센 물살이 휘몰아치는 울돌목에서 열린다.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을 물리친 명량대첩의 현장은 그 자체로 압도적인 역사의 무대다. 칼 대신 지도를 든 이순신 장군 동상은 영웅 이면의 고뇌를 짐작게 하고, 해협을 가로지르는 케이블카에 오르면 장엄한 다도해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인근 우수영문화마을에서는 일제에 의해 옮겨졌다가 해방 후 돌아온 명량대첩비를 마주하며 역사의 굴곡을 되새길 수 있다.

달마산의 기암괴석을 병풍처럼 두른 미황사는 고요한 위로를 건넨다. 검은 소가 경전을 싣고 걷다 멈춘 자리에 세워졌다는 창건 설화부터 신비롭다. 비록 중심 법당인 대웅보전이 보수 중이지만, 누각에서 바라보는 남도의 풍경과 자연석에 부처의 얼굴을 새긴 조병연 작가의 '천불' 작품은 그 아쉬움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깊은 울림을 준다.
해남은 한국 문학의 중요한 뿌리이기도 하다. 땅끝순례문학관은 고정희, 김남주 등 불꽃처럼 살다 간 남도 문인들의 치열했던 삶과 문학 세계를 오롯이 품고 있다.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북카페와 전망대에서 사색의 시간을 보내며 문학적 순례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여정의 감흥은 지역의 맛과 향으로 완성된다. 600년 넘은 배롱나무가 있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한 해창주조장은 해남 쌀과 물로 막걸리를 빚는 '찾아가는 양조장'이다. 인공 감미료 없이 저온 숙성한 막걸리 한 잔은 여행의 피로를 부드럽게 풀어준다.
땅끝의 마지막은 누구나 편히 걸을 수 있는 '땅끝꿈길랜드' 산책로가 장식한다. 경사 없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발아래로 펼쳐진 바다와 시원한 나무 그늘이 평화로운 휴식을 선물한다. 모노레일의 속도 대신 느린 걸음으로 땅끝의 바람과 햇살을 온전히 느끼며 여정을 마무리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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