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트만 징계받은 롯데 도박 파문, 선수들은 경기만 못 뛴다?

 롯데 자이언츠가 해외 스프링캠프 도중 발생한 소속 선수들의 불법 도박 사건에 대해 고개를 숙였으나, 정작 사고를 친 선수들에 대한 자체 징계는 생략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롯데 구단은 27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점에 대해 사죄하며, KBO 상벌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해 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의 핵심은 KBO가 내린 출장 정지 처분 외에 구단 차원의 추가적인 철퇴는 없다는 점이다. 이는 도박이라는 중대한 품위 손상 행위를 저지른 선수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이른바 '고나김김'으로 불리는 고승민, 나승엽, 김동혁, 김세민 등 네 명의 선수가 지난 12일 대만 타이난의 숙소 인근 사행성 오락실을 방문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들이 전자 베팅 게임에 몰두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고,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구단은 14일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자진 신고했다. KBO는 해당 장소를 세 차례나 방문한 김동혁에게 50경기 출장 정지를, 한 차례 방문한 나머지 세 명에게는 각각 30경기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리며 사안의 심각성을 분명히 했다.

 


KBO 상벌위원회는 이번 사건이 캠프 시작 전부터 사행성 업장 출입 금지를 수차례 경고했음에도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엄중 처벌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리그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책임을 물어 선제적인 제재를 결정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징계 가능성까지 열어둔 KBO의 단호한 태도와 달리, 소속 구단인 롯데는 선수 개인에 대한 벌금이나 무기한 자격 정지 등 자체적인 징계 카드를 꺼내 들지 않았다.

 

롯데 구단은 선수들의 일탈에 대한 책임을 묻는 화살을 엉뚱하게도 프런트 라인으로 돌렸다. 구단은 이번 전지훈련 관리 소홀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표이사와 단장에게 중징계 조치를 내리고, 담당 매니저들에게도 징계 처분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정작 도박장에 출입해 물의를 일으킨 주체인 선수들에 대해서는 KBO의 징계 뒤로 숨고, 관리자들에게만 매를 든 격이다. 이를 두고 야구계 안팎에서는 주축 선수들이 전력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구단이 고육지책을 쓴 것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롯데는 음주운전과 사생활 논란 등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아 팬들의 지탄을 받아왔다. 이번 불법 도박 사건 역시 선수단 내부에 기강 해이가 얼마나 심각하게 뿌리 박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구단은 내부 규정을 재정비하고 컴플라이언스 교육을 강화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정작 잘못을 저지른 선수들에게 강력한 질책을 가하지 않는 모습에서 재발 방지의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팬들과의 신뢰 회복을 외치면서도 정작 징계의 형평성에서는 의문부호를 남긴 셈이다.

 

현재 일본 미야자키에서 2차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인 롯데는 남은 기간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2026시즌을 준비하겠다는 다짐으로 사과문을 마무리했다. 징계를 받은 네 명의 선수는 KBO의 결정에 따라 시즌 초반 상당 기간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되었으며, 구단은 이들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선수단의 개인적인 일탈이 구단 전체의 위기로 번진 가운데, 롯데 자이언츠는 프런트 징계와 내부 규정 강화라는 카드로 이번 도박 파문의 불씨를 끄기 위한 수습 국면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