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 부활'로 손잡은 양당, 소수정당은 '들러리' 신세

 지방선거를 불과 80여 일 앞두고 멈춰 섰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문을 열었지만, 시작부터 파행으로 치달았다. 근본적인 정치개혁을 기대했던 소수정당의 바람과 달리, 거대 양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지구당 부활' 안건이 우선적으로 테이블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조국혁신당은 "거대 양당의 야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회의장을 퇴장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날 논의의 중심에 선 지구당은 2004년 '차떼기'로 상징되는 불법 정치자금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폐지된 조직이다. 그러나 원외 정치인의 활동 기반을 위축시켜 풀뿌리 민주주의를 약화시킨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모두 부활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이 사안은, 양당이 지역 조직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후원 통로를 확보하려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추진하는 것이다.

 


반면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비교섭단체 정당들은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 지형을 타파하기 위해 지방의회 중대선거구제 도입,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기초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줄기차게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농성을 벌여왔다. 이들에게 지구당 부활 논의는 기득권 카르텔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시도로 비칠 뿐, 정치개혁과는 거리가 먼 의제다.

 

결국 회의는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겉돌았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양당의 지방선거 독식 구조화를 위한 야합에 들러리가 될 수 없다"며 안건 상정 자체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의 선거구 획정 문제가 더 시급하다며 맞섰다. 현장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소수정당의 근본적인 개혁 요구를 사실상 외면한 셈이다.

 


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정개특위는 여야가 합의한 법안만 상정하는 것이 관례"라며 절차를 내세웠다. 소수정당이 요구한 안건들은 아직 합의되지 않았기에 논의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는 수적 우위를 점한 거대 양당이 위원회 운영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의제만 선택적으로 다룰 수 있는 현재의 구조적 문제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치개혁을 포기한 적 없다는 발언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정 의원의 퇴장으로 회의는 반쪽짜리로 마무리됐다. 정개특위는 오는 19일 다시 법안소위를 열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안건조차 정하지 못했다. 선거구 획정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는 데 급급한 거대 양당과, 시스템 개혁을 외치는 소수정당의 위태로운 동거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