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인질로 잡혔다" 망명 포기한 이란 선수들의 눈물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 도중 망명을 신청했던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와 스태프 중 대다수가 돌연 의사를 철회하고 이란으로 돌아갔다. 자유를 향한 용기 있는 선택으로 국제 사회의 지지를 받았던 이들의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 뒤에는, 이란에 남은 가족의 신변을 이용한 이란 정부의 비인간적인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짙게 깔리고 있다.

 

호주 정부는 당초 망명 의사를 밝혔던 7명 중 5명이 결국 망명을 포기하고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들은 지난달 아시안컵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호주를 찾았고, 한국과의 경기에서 이란 국가 제창을 거부하며 자국 정권에 대한 저항의 뜻을 내비쳤다. 이 모습이 전 세계로 송출되자 이란 국영방송은 이들을 '반역자'로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선수들의 신변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호주 정부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들에게 임시 비자를 발급하고 망명 절차를 지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란 정부의 집요한 방해와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호주에 거주하는 이란인 커뮤니티에서는 선수들이 귀국을 결심하기 직전, 이란에 있는 그들의 가족 중 일부가 억류되거나 실종 상태에 놓였다는 증언이 흘러나왔다.

 

결국 선수들은 개인의 자유와 가족의 안전이라는 잔인한 선택지 앞에서 고개를 숙인 것으로 추정된다. 캐서린 킹 호주 교통부 장관은 "선수들이 고국에서 벌어지는 일로 인해 엄청난 압박에 직면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호주 정부는 이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이란 정부의 인질극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셈이 됐다.

 


반면 이란 측은 이번 사태를 '외교적 승리'로 포장하며 대대적인 선전에 나섰다. 이란 언론은 망명을 철회한 선수들이 "가족과 고향의 따뜻한 품으로 돌아갔다"고 보도하며, 이를 "미국과 호주의 치욕적인 실패"라고 규정했다. 애초에 "호주가 우리 선수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며 적반하장 격의 비난을 쏟아냈던 이란 정부의 파렴치한 태도가 다시 한번 드러나는 대목이다.

 

결국 7명 중 5명은 불투명한 미래가 기다리는 고국으로 돌아갔고, 2명만이 호주에 남아 망명 절차를 계속 밟게 됐다. 자유를 갈망했던 선수들이 '반역자'라는 낙인과 함께 돌아간 이란에서 어떤 처우를 받게 될지, 국제 사회의 우려 섞인 시선이 이들의 앞날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