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된 대구 상인고가도로 운명은?

 대구 서남부권의 핵심 교통 시설인 '상인고가도로'를 둘러싼 철거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999년 개통 이후 25년 넘게 상인네거리의 교통 분산을 책임져온 이 구조물은 최근 도시 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보행권 강화 흐름 속에서 존폐 기로에 섰다. 과거 가스 폭발 사고의 아픔을 딛고 주변 정비를 위해 세워진 상징적 건축물이지만, 이제는 오히려 지역 발전을 저해하고 주민 불편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공간 재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철거를 주장하는 측은 고가도로가 도시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소음과 분진 등 환경 문제를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고가도로 아래 왕복 2차선 도로는 주변 상권 확장과 대형 시설 입점으로 인해 만성적인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 김장관 달서구의원은 고가도로 위는 한산한 반면 아래쪽 도로는 구급차조차 통과하기 힘들 정도로 막히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행 환경 개선과 안전한 도시 조성을 위해 노후화된 고가도로를 걷어내고 평면 교차로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국적인 '고가도로 퇴출'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서울의 청계고가도로와 아현고가도로는 이미 철거되어 중앙버스전용차로나 보행로로 변모했으며, 서울역 고가는 '서울로7017'이라는 공원으로 재생되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갔다. 부산 역시 동서고가도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판단 아래 철거 논의를 진행 중이다. 대구에서도 과거의 차량 중심 행정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의 도시 재생 관점에서 상인고가도로의 역할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대구시와 일부 운전자들은 여전히 고가도로의 교통 처리 능력이 상당하다며 보존론을 펼치고 있다. 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인네거리를 통과하는 차량의 약 76%가 고가도로를 이용하고 있어, 이를 철거할 경우 평면 교차로에 가해질 교통 부하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상인네거리의 일일 교통량은 대구 시내 주요 교차로 중 상위권에 속하며, 고가도로가 사라질 경우 출퇴근 시간대 정체가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운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인근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고가도로가 신호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핵심 통로라고 입을 모은다. 철거를 논의하기에 앞서 고가도로 이용 차량을 흡수할 수 있는 우회 도로 건설이나 입체적인 교통 분산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안 없는 철거는 오히려 주변 이면도로의 마비를 초래하고 지역 전체의 교통 흐름을 악화시키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대구시는 현재 고가도로의 통행 효율성과 도시 재생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상인네거리 일대의 인구 밀도가 여전히 높고 상권이 활발한 만큼, 고가도로 철거가 가져올 경제적 파급효과와 교통 대란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주민들의 생활권 보장과 원활한 물류 흐름이라는 상충하는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상인고가도로의 운명을 결정지을 정책적 판단에 지역 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