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30% 의무화 안 지키면 보조금 깎아라, 강력 대책 요구
지방자치 도입 이후 3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광역자치단체장 자리에 여성이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한국 정치의 부끄러운 민낯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제9회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전국 75개 여성 시민사회단체는 국회 앞에 집결해 남성 중심의 견고한 권력 독점 시스템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들은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각 정당의 여성 대표성 확대 약속이 실제 공천 과정에서는 기만적인 행태로 지워지고 있다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지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는 한국 정치의 성별 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수치로 증명한다. 기초의원의 경우 여성이 25%를 차지하며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으나, 권한과 책임이 막중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당선자 비율 0%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기초단체장 역시 3%에 불과해 권력의 상층부로 갈수록 여성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는 단순한 불균형을 넘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대의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었음을 의미한다.

여성계는 각 정당이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험지에만 여성 후보를 배치하거나, 경선 과정에서 여성 가산점 포기를 종용하는 등의 구태의연한 정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최근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간에 벌어진 가산점 포기 압박 논란은 성평등 정치를 향한 시대적 요구를 정당 내부의 기득권 싸움으로 격하시킨 사례로 지목됐다. 시민단체들은 성평등한 정치 대표성이 특정 개인의 기회 문제가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를 결정짓는 핵심 조건임을 강조했다.
20년 넘게 외쳐온 '여성 공천 30% 의무화'가 여전히 선언적 구호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주요 비판 대상이다. 현재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여성 할당제는 법적 강제성이 없는 권고 사항에 불과해 정당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무시될 수 있는 구조다. 이에 활동가들은 특정 성별이 공천 명단의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정당에는 국가 보조금을 감액하는 등의 강력한 금전적 제재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대안으로는 비례대표 의석의 30% 확대와 전략 공천의 실질적 운용이 제시됐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남성 중심의 경선 방식은 기존 기득권을 재생산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여성과 청년 등 정치적 소수자들이 실질적으로 제도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당 차원의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잇따랐다. 정당의 혁신 의지는 화려한 수식어가 담긴 선언문이 아니라 최종 확정된 공천 명단의 성별 비율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지방선거는 주민의 삶과 가장 밀접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장이지만, 현재의 남성 독점 구조는 민주주의의 실패를 자인하는 꼴과 다름없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국회가 지방선거를 불과 60여 일 남겨둔 시점에서야 제도 개혁 논의를 시작한 늑장 대응을 질타하며, 이번 선거가 성평등 정치의 실질적인 도약점이 되어야 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거대 양당이 남성 중심의 기득권 정치를 타파하고 성별 균형 공천을 실천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는 요구는 선거 당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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