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탈레반 '적과의 동침'…파병설 솔솔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의 집권 세력인 탈레반과 공식적인 군사 협력 관계를 맺으며 국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안보 포럼을 계기로 체결된 이번 협정은 양국 간의 무기 제조 기술 공유와 방위 산업 공동 연구 등을 골자로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경계하던 두 세력이 군사적 동맹 수준의 결속을 과시하게 된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거대한 변수가 자리 잡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 협정을 통해 고립된 외교 지평을 넓히는 동시에 전략적 요충지인 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이번 협정의 이면에는 러시아가 처한 심각한 병력 부족 문제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군의 인명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불어났으며, 최근 통계에 따르면 사망자만 5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달 수만 명의 전사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신규 병력 충원은 한계에 다다랐고, 이는 전선에서의 진격 속도를 늦추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군사 협정이 결국 탈레반 전사들의 우크라이나 전장 투입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겪고 있는 고전은 우크라이나의 정밀한 드론 전술로 인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저비용 고효율의 드론 공습에 노출된 러시아 병사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러시아 수뇌부는 이를 타개할 새로운 돌파구를 절실히 찾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여름 대공세를 앞두고 병력을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탈레반과의 협력을 선택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비록 당장 대규모 파병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아프가니스탄의 실전 경험이 풍부한 인력이나 자원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러시아에는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적이었던 탈레반과의 관계 변화는 지극히 실용적인 계산 아래 진행됐다.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상흔으로 인해 러시아는 오랫동안 탈레반을 테러 단체로 분류해왔으나, 2021년 미군 철수 이후 기류가 급변했다. 탈레반 역시 이슬람국가(IS) 지부와의 내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강력한 후원자가 필요했고,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의 안정을 위해 탈레반을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러시아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탈레반 정부를 공식 승인하며 협력의 물꼬를 텄다.

국제 사회는 이번 군사 협정이 단순한 상징적 제스처를 넘어 실제 전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본격적인 상호 방위 조약으로 발전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오지만,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지점이 명확하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을 통해 남부 국경의 안보를 보장받고, 탈레반은 러시아의 군사 기술을 전수받아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하려 한다. 이러한 실용적 파트너십은 서방의 제재망을 우회하는 새로운 축으로 작용할 위험이 크다.
결국 러시아와 탈레반의 밀착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국제 질서의 왜곡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명분보다는 생존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러시아의 행보는 향후 유라시아 전역의 안보 지형을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 탈레반의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발견되거나 아프간 출신 용병의 존재가 확인될 경우, 이번 전쟁은 더욱 복잡한 국제전의 양상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양국의 군사적 거래가 은밀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그 결과물이 전선의 향방을 어떻게 바꿀지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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