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릉과 문학의 만남…고흥 운암산 산행기
전남 고흥군에 위치한 운암산은 해발 484m의 높지 않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암릉 지대와 남해의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조망 덕분에 산악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산행은 동산동 경로당을 기점으로 삼아 원점 회귀하는 약 8.5km 코스가 대중적이며, 전체 소요 시간은 성인 기준으로 6시간 정도 넉넉히 잡는 것이 좋다. 경로당 앞 넓은 주차장과 간이 화장실 등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산행 준비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산행 초입은 경로당 오른쪽 길을 따라 올라가는 것이 길 찾기에 훨씬 수월하다. 반대편인 깃대봉 방향은 농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자칫 길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독립 가옥을 지나 본격적인 산길에 접어들면 날카로운 바위와 잡석이 섞인 슬랩 지대가 나타나는데, 이곳은 미끄러짐 사고가 빈번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정표가 다소 미비한 구간이 있어 산행 전 미리 지도를 숙지하거나 GPS 앱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운암산 산행의 진수는 정상에서 깃대봉으로 이어지는 암릉 구간에 있다. 정상까지는 울창한 숲이 시야를 가리지만, 능선에 올라서는 순간부터는 거대한 바위들이 빚어낸 예술 작품들이 펼쳐진다. 특히 코를 닮은 기이한 형상의 코바위와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죽순바위 주변은 운암산 최고의 포토존으로 통한다. 다만 암릉 구간 곳곳에 부스러진 돌들이 널려 있어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안전 산행에 집중해야 한다.
산행 중 만나는 영천은 갈증을 달래주는 쉼터 역할을 한다. 팔각정이 있는 옛 절터에 자리 잡은 이 샘물은 정성스럽게 관리되고 있어 산객들에게 시원한 휴식을 제공한다. 샘터를 지나면 길은 다시 완만한 오솔길로 바뀌며 하산길의 여유를 선사한다. 하산 지점인 추원제를 지나 농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출발지였던 동산동 경로당에 도착하게 된다. 산행 코스 전반에 걸쳐 긴장과 이완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운암산의 매력은 산행 후 즐길 수 있는 문화 벨트에서 완성된다. 산 서쪽 계곡을 따라 조성된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은 1,200여 점의 유물을 통해 조선 분청사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인근의 조종현·조정래·김초혜 가족문학관에서는 한국 문학의 거장들이 남긴 발자취와 유품을 만날 수 있어 인문학적 감성을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전라남도 문화유산자료인 무루전이 있는 수도암까지 둘러본다면 하루를 꽉 채운 알찬 여행이 된다.
수도권에서 운암산을 찾는 길도 그리 어렵지 않다. 서울 센트럴시티에서 고흥까지 하루 4회 운행하는 고속버스를 이용하면 약 4시간 15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고흥 터미널에서 산행 들머리인 동산동까지는 농어촌 버스가 운행되지만, 배차 간격이 길어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자연의 신비로운 암릉과 선조들의 예술혼이 깃든 문화유산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운암산은 올여름 꼭 가봐야 할 남도의 숨은 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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