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지어놓고 10개월째 잠긴 용산 파크골프장

 서울 용산공원 장교숙소5단지에 들어선 파크골프장이 완공된 지 10개월이 지나도록 시민에게 개방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배수 불량과 잔디 활착 문제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보완 공사가 대부분 마무리됐다는 설명과 달리 개장 일정은 여전히 정해지지 않았다.

 

해당 시설은 2020년 12월 미군으로부터 반환된 장교숙소5단지 부지에 조성됐다. 미군이 사용하던 소프트볼장을 활용해 만든 9홀 규모 파크골프장으로, 면적은 약 5300㎡다. 2024년 8월 파크골프장과 잔디마당 조성이 결정됐고, 같은 해 12월 공사가 시작됐다. 시설은 지난해 11월 완공됐지만 지금까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관리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 LH는 개장 지연의 원인으로 현장 여건을 들고 있다. 기존 토양의 배수 성능이 좋지 않은 데다, 용산공원 부지의 흙은 오염 우려 때문에 외부 반출이 금지돼 있어 공사 방식에 제약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기존 흙을 걷어내지 못한 채 그 위에 흙을 덮는 복토 방식으로 시공하다 보니 비가 내리면 홀컵 주변과 잔디 위에 물이 고이는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잔디 상태도 개장 지연의 이유로 제시됐다. 국토부는 일부 구간에서 잔디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거나 고사하는 문제가 있어 보완 작업을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LH 역시 배수 시설을 추가하고 죽은 잔디를 다시 심는 등 시설 보완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보완 작업이 상당 부분 끝났다는 설명이 나오면서도 개장 시점이 계속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LH는 물 고임이 발생한 구역의 배수 시설을 대폭 보강했고, 잔디 보식도 대부분 마쳤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내부적으로 정해진 개장 시점은 없다”며 9월이나 10월 등 특정 시기를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파크골프장 조성 사례와 비교하면 용산공원 시설의 지연은 더 두드러진다. 서울 중랑구는 2023년 9월 중랑천 둔치에 9홀 규모 구장을 착공해 석 달 만에 준공했고, 이듬해 4월 운영을 시작했다. 대전 중구도 올해 4월 유등천변에 9홀 구장을 착공하며 7개월 뒤 준공을 목표로 잡았다.

 

서울 서초구는 지난해 6월 청계산 수변공원에 9홀 구장을 준공한 뒤 잔디가 완전히 자리 잡기 전에도 일부 홀을 우선 개방하는 방식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이에 비해 용산공원 파크골프장은 클럽하우스 등 부대시설까지 갖추고도 10개월째 닫혀 있다.

 

관할 자치구인 용산구도 답답한 상황이다. 시설 설치와 운영 권한이 국토부에 있어 용산구는 개장 여부를 직접 결정할 수 없다. 주민 문의가 들어오면 국토부나 LH에 상황을 확인해 안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 7월 용산구의회 구정질의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다. 김경욱 구의원이 “완공됐다는데 왜 아직 이용하지 못하느냐”고 묻자, 문복만 용산구 관광체육과장은 국토부가 당초 지난해 11월 완공 뒤 3개월 후 개장을 언급했지만 이후 잔디 활착 문제를 이유로 다시 두 달, 또 두 달씩 일정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확한 개장 시점은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개장이 늦어지는 사이 해당 부지는 또 다른 정책 논의의 대상이 됐다. 국토부는 최근 장교숙소5단지를 청년주택 검토 대상지로 거론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실은 장교숙소5단지 약 5만2000㎡에 최대 3134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는 추계도 내놨다.

 

이 때문에 파크골프장 개장 지연이 단순한 시설 보완 문제만은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시민 체육시설로 정식 개장해 이용이 본격화되면, 향후 주택 공급 부지로 전환하는 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개장하지 않은 상태가 이어지면 부지 활용 방향을 다시 논의하기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장교숙소5단지는 정부가 2021년 시민 개방 방침을 밝힌 용산 미군 반환부지다. 당시 국토부는 주민과 국민참여단 의견을 반영해 이 일대를 기존 용도에 맞춰 스포츠시설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완공된 체육시설이 장기간 닫혀 있고, 동시에 주택 공급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시민 개방 약속의 진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