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수언어 관광통역안내사 한시자격 추진

 정부가 소수언어권 관광통역안내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자격시험을 면제하는 한시자격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의 인력 부족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기초 통계는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별로 실제 활동하는 안내사가 얼마나 되는지, 필요한 인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 없이 제도를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체부는 2027년 4월부터 2029년 4월까지 2년간 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러시아어·이탈리아어·아랍어 등 6개 소수언어권을 대상으로 ‘관광통역안내사 한시자격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번 제도는 일정 수준의 외국어 능력을 갖춘 지원자가 200시간의 전문교육과 현장실습, 평가 등의 과정을 이수하면 기존 외국어시험과 필기시험 등을 치르지 않고도 한시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체부는 기존 국가자격시험의 시행 횟수를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관광 현장의 인력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험 확대에 따른 행정적·재정적 부담도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인력 수급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2025년 말 기준 관광통역안내사 누적 자격 취득자는 총 4만2122명이다. 이 가운데 영어·일본어·중국어 등 주요 3개 언어권 취득자는 4만185명으로 전체의 95.4%를 차지했다. 반면 이번 한시자격제도의 적용 대상인 6개 소수언어권 취득자는 약 2.3%인 955명에 그쳤다.

 

다만 누적 자격 취득자 수만으로는 현재 관광 현장에서 활동하는 안내사의 규모나 실제 부족 인원을 파악하기 어렵다. 문체부는 관광통역안내사가 주로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기 때문에 활동 현황을 공식 통계로 집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관련 자격제도가 1961년 시행된 이후 누적된 자료에는 사망자와 자격을 취득한 뒤 활동하지 않는 인원 등이 포함돼 있다. 문체부는 전체 자격 취득자 가운데 실제 활동하는 인원이 20% 미만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언어별 인력 수급 현황도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문체부는 한국여행업협회 등 관광업계의 의견을 바탕으로 한시자격제도 적용 대상 언어를 선정했지만, 각 언어권에서 안내사가 몇 명 부족한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인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수치는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신규 자격 발급 규모 역시 올해 12월 교육 수요 조사를 진행한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제도 도입에 앞서 현장의 수요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자격 취득 이후 실제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단순히 자격 취득 문턱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인력 부족 문제가 해소되는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과 실습을 통해 안내사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존 자격 취득자의 활동을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김 의원은 소수언어권 관광통역안내사 확충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언어별 부족 규모에 관한 객관적인 수급 자료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자격시험 면제를 추진하는 것이 타당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광 현장의 인력 수요에 대응하는 것과 국가자격제도의 전문성 및 신뢰성을 유지하는 일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어 기존 자격 취득자의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200시간의 전문교육과 현장실습·평가 과정이 적절한지 충분히 따져본 뒤 제도를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제도 시행에 앞서 언어별 인력 수요와 실제 활동 현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인력 확충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